서울시 “임시 거주공간 마련 힘들어 재입소 불가피”
신아원 원장 “3인 1실, 우리보다 좋은 시설 없어”
장애계 “30인 이하 입소, 1인 1실 보장” 요구하며 투쟁 결의

활동가들은 '집단감염 시대! 긴급탈시설 이행하라',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하라' 등을 적은 피켓 수십 장을 신아원 현판 주변에 붙였다. 현판 오른쪽에 장애인 활동가가 신아원 정문을 막고 있다. 사진 하민지
활동가들은 '집단감염 시대! 긴급탈시설 이행하라',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하라' 등을 적은 피켓 수십 장을 신아원 현판 주변에 붙였다. 현판 오른쪽에 장애인 활동가가 신아원 정문을 막고 있다. 사진 하민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난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원에 지난 15일에 이어 오늘(19일) 또다시 42명의 장애인이 대거 재입소 됐다. 서울시는 19일 오전에 있었던 장애계‧송파구청‧신아원과의 4자면담 자리에서 “신아원 거주인에게 지원할 임시 거주공간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아원 재입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하며 사실상 약속을 파기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앞으로 공문을 보내 “해당시설(신아원) 거주인에 대하여 (중략) 개인별 탈시설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이후 서울시 탈시설 지원계획에 따라 대형시설인 해당시설에 대하여 중점적인 탈시설 계획을 이행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5일, 확진자 중 치료가 다 끝난 거주인 16명이 갑작스레 신아원에 재입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애인 활동가들은 신아원 정문을 쇠사슬로 봉쇄하는 등 재입소를 강하게 규탄하며 긴급 탈시설을 촉구했다. 
그 결과 19일 오전에 4자 면담이 다시 열렸으나 서울시는 끝내 약속 파기를 선언했다. 이로써 총 58명이 신아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는 신아원 거주인 114명의 5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서울장차연에 보낸 공문. 빨간색 칸에 개인별 탈시설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서울장차연에 보낸 공문. 빨간색 칸에 개인별 탈시설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확진자랑 멀어지면 ‘자가격리’? 서울시의 이상한 셈법
장애계는 19일 오전 4자면담 자리에서 △재입소 시 1인 1실 지원 △30인 이하 입소 등 방역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묵살됐다. 2011년에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의 정원은 30명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법은 2011년 이후 지어진 신규 거주시설에만 적용될 뿐, 기존에 있던 대형 거주시설에는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1975년에 설립된 신아원 또한 마찬가지다. 장애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위험으로부터 거주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이 기준을 적용하라고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약속을 파기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19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약속을 파기한 게 아니다. 자가격리 기간 끝난 분들이 재입소를 하게 된 거다”라며 “거리두기가 1단계로 떨어지기 전까지 임시 거주공간에서 거주하실 수 있도록 중대본에 요청했지만 중대본이 아직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일단은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서 재입소하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분산조치는 지난 11일에 완료됐다. ‘자가격리 2주’를 적용하면 최소한 이번 달 25일은 지나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19일에 신아원 거주인의 자가격리가 끝났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가격리 기간을 모든 확진자가 신아원을 나온 1월 5일부터 계산했다. 그래서 19일에 재입소하시게 됐다”고 말했다.
밀접접촉자 여러 명이 한 공간에 머물 경우 방을 모두 따로 쓰는 등 최소한의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가족 두 명과 함께 자가격리된 적이 있는 ㄱ 씨는 “가족 모두가 안방, 작은방, 서재 등에서 따로 생활했다. 화장실은 같이 쓸 수밖에 없어서 하루에 두 번씩 소독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살았지만 원룸에 거주해 생활공간을 분리할 수 없었던 ㄴ 씨의 경우 관할구청이 ㄴ 씨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에게 적절한 임시 숙박시설을 제공하기도 했다.
기자가 서울시 관계자에게 자가격리 방침을 설명하며 “신아원은 1인 1실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다. 1실에 최대 3인까지 생활하기도 한다. 밀접접촉자가 제대로 격리되지 않은 기간을 자가격리 기간으로 계산할 수 있나”라고 묻자 “코호트격리된 시설 안에서 1인 1실 보장 여부는 관할업무가 아니라서 답변할 수 없다. 우리는 날짜 계산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원주택‧자립주택 등을 마련하기로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당장 주택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신아원 거주인이 재입소를 원하는데 우리가 막을 법적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신아원 거주인에게 직접 들으신 거냐고 묻자 “거주인이 임시로 머무는 호텔을 답답해하며 신아원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고 신아원 측에서 말했다”고 대답했다.
장애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신아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안전제일. 지역 주민님과 관련 기관의 배려와 사랑으로 안전하게 정리되었고 더욱 노력하여 관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신아원 현수막 밑에 '신아원 긴급분산조치 유지 및 긴급 탈시설 이행 촉구 기자회견'이라고 적힌 장애인권단체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신아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안전제일. 지역 주민님과 관련 기관의 배려와 사랑으로 안전하게 정리되었고 더욱 노력하여 관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신아원 현수막 밑에 '신아원 긴급분산조치 유지 및 긴급 탈시설 이행 촉구 기자회견'이라고 적힌 장애인권단체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사진 하민지
황 아무개 신아원 원장이 오른손을 뻗고 "찍지 마세요. 초상권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기자의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황 원장 왼쪽에 푸른 점퍼를 입고 있는 사람은 신아원 시설과장이다. 사진 하민지
황 아무개 신아원 원장이 오른손을 뻗고 "찍지 마세요. 초상권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기자의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황 원장 왼쪽에 푸른 점퍼를 입고 있는 사람은 신아원 시설과장이다. 사진 하민지
- 신아원 원장 “3인 1실, 우리만큼 좋은 시설 없어”
서울시의 약속 파기가 알려진 직후, 장애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바로 신아원 앞에 결집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후 2시부터 신아원 정문과 후문을 봉쇄하고 “신아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외치면서 무책임한 서울시의 태도를 규탄했다. 이에 신아원 직원들은 “신아원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어이구, 저렇게 소리 지르다 쓰러지시겠어”라고 말하며 활동가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오후 4시경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직전, 황 아무개 신아원 원장이 나와 “남의 집에서 이러지 말고 서울시나 청와대에 가서 얘기해라”라고 말했다. 기자가 황 원장에게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난 시설에 재입소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장애계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묻자, 황 원장은 “집단감염이 우리만 일어났나? 1인 가구도 코로나 걸린다. 전 세계 1억 명이 걸렸다. 시설이라서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난 게 아니다. 우리 시설은 안전하다. 방역 다 했다”라고 대답했다.
또한 황 원장은 장애인들의 기자회견을 “가택침입”이라고 비난하며, “우리는 최대 3인 1실로, 우리 같은 좋은 시설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민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까만색 모자와 마스크, 안경을 썼다. 사진 하민지
정민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까만색 모자와 마스크, 안경을 썼다. 사진 하민지
이러한 원장의 태도에 정민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기자회견에서 “신아원에 살던 장애인이 종사자보다 두 배 많이 감염됐다. 여러 명이 함께 밥 먹고 TV 보는데 어떻게 집단감염이 안 되나. 두세 명이 한 방 쓰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이 안전하기 위해선 지역사회로 나와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 활동가는 “이 아파트 단지 속에 있는 신아원은 하나의 섬처럼 보인다. 여기서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났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살길은 탈시설이다. 우리가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보통의 삶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거다. 모든 장애인은 시설에서 나와 동네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와의 면담에 참여했다가 바로 신아원으로 달려온 문애린 서울장차연 상임공동대표와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서울시협의회) 상임공동대표는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문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너무 착잡하고 슬프다. 오늘 서울시는 장애인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엎었다. 당장 탈시설 지원하기 어렵다면 ‘더 기다려 달라, 더 논의하겠다’라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주길 기대했다. 무기력하고 분노스럽다”라고 말했다.
이형숙 서울시협의회 상임공동대표는 “서울시는 분명히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내려갈 때까지 긴급분산조치를 유지하고 이후 탈시설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1단계로 내려가지도 않았다. 긴급탈시설 정책도 없다.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실장과 다시 면담하고 동대문과 가평의 숙박시설로 분산조치된 장애인의 주거공간이 마련돼 모두 각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한편, 신아원 장애인거주인 114명 중 확진자는 56명이다(12일 기준).
활동가들이 신아원 현판 주변에 피켓을 붙이고 있다. 사진 하민지
활동가들이 신아원 현판 주변에 피켓을 붙이고 있다. 사진 하민지
활동가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싶습니다',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시설 폐쇄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붙이고 있다. 사진 하민지
활동가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싶습니다',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시설 폐쇄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붙이고 있다. 사진 하민지